제삿상에 복숭아를 올려도 된다, 안 된다? 왜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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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종사와족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-05-27 15:11 조회1,329회 댓글1건관련링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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복숭아는 귀신을 쫒는 음식이라 생각하여 제삿상에 올리지 않는 관습이 꽤나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던 것 같습니다. 그런데 이에 대한 글을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중반 즉 실학의 중흥기까지 사셨던 성호 이익[李瀷,1681년(숙종 7)~ 1763년(영조 39)] 선생의 유명한 저작인 [성호사설星湖僿說]에서 볼 수 있습니다.
물론 성호 선생의 글의 내용과 무관하게 집안마다의 관습이 있는 것이고, 관습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제사를 주관하는 자의 선택이니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.
다만, 그렇다 해도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보는 건 그 결정과 선택을 위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.
아래에 전문(全文)을 옮깁니다.◾ 천도(薦桃) : 성호사설(星湖僿說) 권 12 인사문(人事門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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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일찍이 어느 집을 갔더니 창문 밖에 복숭아가 한창 익었고 때는 마침 세속 명절이었다. 주인이, “복숭아도 사당에 올릴 수 있느냐?”고 묻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. “《가어(家語)》에 공자가 ‘과일의 품종이 여섯 가지가 있는 중에 복숭아가 하품이어서 제사에 쓰지 않는다.’ 하였다.
그러나 궤사[饋食]의 변두(籩豆)에 올리는 과일이 대추ㆍ밤ㆍ복숭아ㆍ마른 매실ㆍ개암나무 열매 등인지라, 복숭아가 제물이 되는 것은 옛날에도 그러하니 《가어》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.
또한 변두에 오르는 과일은 마름ㆍ연밥ㆍ밤ㆍ포 등인데, 굴도(屈到)란 사람이 마름을 즐겨했기 때문에 자기 제사에 마름을 쓰도록 유언을 했는데도 그 아들 건(建)은 예가 아니라 하여 쓰지 않았으니, 생각건대 초(楚) 나라의 정한 예가 그런 것이요, 선왕(先王)의 법전에는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닌 듯하다. 복숭아 또한 노(魯) 나라에서 쓰지 않아 이 좋은 복숭아를 천대하기 때문에 성인께서 세속을 들어 말한 것이니, 대개 그 뜻을 말하자면, 지금의 제사에 쓰지 않는 것이나 도리어 귀하게 여기므로써 천대했던 것을 씻어주는 말인 듯하기도 하다.
또 주송(周頌 《시경(詩經)》의 편명)을 본다면, ‘자가사리ㆍ피라미ㆍ메기ㆍ잉어로써 향사를 지낸다[鰷鱨鰋鯉以享以祀].’고 했는데, 당(唐) 나라 사람은 그 잉어의 이(鯉)가 국성(國姓)인 이(李)와 음이 같다 하여 이(鯉)를 바꾸어 적혼공(赤鯶公)이라 하고, 잡아먹는 자에게는 곤장 60대를 때리기도 하였다.
후세 사람들이 이것을 인해 풍속이 되어서 제사에 쓰지 않으니 이러한 유례를 어찌 이루 다 따르겠는가? 더구나 지금 사람들이 심는 복숭아는 과일 중에도 아름다운 품종이니, 제사에 쓰기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.”
[주-D001] 천도(薦桃) : 복숭아를 제사에 드림.
[주-D002] 궤사(饋食) : 옛날 길례(吉禮)의 하나. 제사에 숙식(熟食)을 올리던 것.
[주-D003] 국성(國姓) : 임금의 성, 또는 본관과 성이 임금과 같은 것. 당(唐) 나라 국성은 이(李)ㆍ이연(李淵)과 이세민(李世民)이 창건함.
ⓒ 한국고전번역원 이진영 (역) 1978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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